국립무용단
향연
2023년, 정구호 연출의 <일무>를 관람하고 (당시 세종문화회관 앞열에서 관람 후 이건 조금 뒤에서 군무도 다시 한번 봐야 한다 고 생각해 부모님을 모시고 한번 더 관람했다.) 그때와 같은 기대감을 가지고 <향연>을 예매했다.
<향연>은
1막 봄 - 궁중의 춤
2막 여름 - 신과의 춤
3막 가을 - 민속의 춤
4막 겨울 - 대동의 춤
으로 구성되어 계절의 흐름을 따라 춤을 배치하여 자연의 변화와 인간 삶의 순환을 상징한다고 한다.
1막은 지난 공연인 <일무>를 떠올리게 하는 종묘제례악으로 시작한다.
장엄한 분위기의 '무의'와 궁중 연회를 연상시키는 '진연'은 내가 이 공연을 예매할 때 기대한 무대였다.
2막이 시작되며 분위기가 반전되는데,
종교적 색채를 담은 의식무를 표현해 좀더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그 연출을 깊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바라춤'에서의 쨍한 바라와 눈부시게 하얀 배경이 여름날의 뜨거운 빛처럼 압도적으로 다가와서, 한 인간의 삶 중 무언가를 간절히 기원하는 열정을 보여주는 듯 했다.
3막은 사계 중 가을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선비춤'으로 시작했다.
사실 많이 기대했던 춤 중 하나가 선비 춤이었는데, 흥겨운 춤사위는 훌륭했지만 무대의 배경색이 무용수들의 복색과 같은 푸른색이라 개인적으로 춤을 보기 조금 어려웠다.
그리고 볼때마다 놀라운 오고무...
그리고 마지막 4막은, 태평성대를 기리며 다가올 봄을 축원하는 '신태평무'로 마무리 된다.
신태평무는 앞선 무대보다 더 절제되었고 무겁다라고 느낄 수 있는데, 나는 이 4막이 가장 몰입도 있었고 한국무용의 정수를 보여주는게 아닌가 생각했다.
한국무용을 보러 다닐 뿐 잘 알지는 못하는데, 정제되어 있는 그 동작을 보면 무용수가 뒷꿈치를 땅에 딛는 것부터 시작하여 발끝을 통해 몸에 전달하는 힘을 느끼곤 한다.
군무나 아름다운 대형, 무대연출을 조감하는 것도 즐겁지만 나는 앞열에서 그들의 섬세한 힘을 같이 느끼는 걸 좋아한다.
(둘다 포기할 수 없기에 결국엔 두 번씩 관람하게 된다.)